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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화

하준은 놀란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냥 대충 아무 말이나 했는데 정말 믿는 모양이군.’ 여름을 하준을 흘겨보고는 휴대 전화를 꺼내 서인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준이 담담히 말했다. “서인천은 이미 갔어.” “또 무슨 짓을 했길래?” 여름이 하준을 노려보았다. “당신을 따라다니면 내가 가만 안 둔다니까 두 말도 않고 가던데?” 하준이 경멸하듯 뱉었다. “쫄아가지고.” “……” 서인천과 둘이 내통하는 사이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믿을 뻔했다. ‘어쩜 저렇게 되는 대로 마구 지껄이는지 몰라?’ 여름이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자신을 쳐다보자 하준은 입에 주먹을 대고 헛기침을 했다. “실은 오늘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어. 어제 병원에 데려다줘서 고마워. 오늘 저녁에 밥을 살까 하는데 시간 어때?” “고맙지만 사양할게. 남은 좋은 마음으로 병원에 데려갔는데 당신 친구들에게 거하게 욕만 먹었어. 내가 질척거리면서 틈새를 노린다나? 내가 병원비는 돌려달라고 말했더니 당신 만날 핑계를 만든다고 하더라?” 여름은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비웃었다. “그런데 내가 오늘 당신이랑 밥이라도 한 끼 먹었다가는 나중에 또 무슨 욕을 어떻게 먹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영식이 말하는 거야?” 하준의 옆 이마에서 핏줄이 불뚝거렸다. 절친만 아니었으면 당장 쫓아가서 주먹을 갈기고 싶었다. “그딴소리 들을 것 없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여름은 시큰둥했다. “난 항상 당신 때문에 욕을 먹는다고. 당신은 백지안을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왜 자꾸 날 찾아와서 이래? 며칠 전에 결혼식장에서 당신 입으로 며칠 뒤에 다시 식을 올릴 거라고 했었잖아? 왜? 백지안이 정말 당신에게 뭔가를 잘못해서 짜증 난다고 나를 며칠 가지고 놀고 싶어? 난 당신 장난감이 아니야.” 하준의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떠올랐다. 하는 말마다 비수처럼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수치스러웠다. 분명 며칠 전에 자기 입으로 곧 죽어도 백지안과 결혼을 하겠다고 말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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