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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화

“어쨌든 저한테도 조카니까 저도 좀 같이 있어 보고 싶다고요.” 최양하가 손을 흔들었다. “…알겠어요.” 여름도 딸의 마음을 알고는 끄덕였다. “엄마가 내일 맛있는 거 해가지고 다시 올게.” 하늘을 데리고 떠나면서 돌아보니 최양하가 여울을 데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여울이 태어났던 해가 생각났다. 늘 울기만 하고 다른 사람은 제 몸에 손도 못 대게 했던 여울이었다. ‘역시 핏줄은 땡기는 모양이지. 아니면 최양하와 최하준도 어느 정도 닮았는지도 몰라. 애들은 그런 건 귀신같이 아니까.” ---- 저녁. 여울은 최양하의 팔을 베고 잠들었다가 갑자기 소곤소곤 속삭였다. “삼촌, 우리 아빠도 삼촌처럼 애기들한테 잘 해줘요?” 최양하는 움찔했다. 품 안의 작은 꼬맹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여울이처럼 귀여운 아이를 보면 잘해주지 않을까? 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모르겠어요.” 여울은 입술을 모아 합죽이 입을 했다. 눈가가 발그레해졌다. “그날 나쁜 사람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 왔을 때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한테는 말 못했어요. 엄마가 속상할까 봐.” “우리 여울이는 정말 마음씨가 곱구나.” 최양하가 한숨을 쉬었다. ‘어이구, 최하준. 이 천벌을 받을 인간아. 나한테 이런 딸이 있었으면 나 같으면 물고 빨고 공주님 대접을 해줬을 건데.’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삼촌을 불러. 내가 아빠처럼 해줄게.” “네.” 여울은 최양하의 곁에서 스르륵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최양하에게 여울을 데리고 8시 전에 4층에 가서 흉부 CT를 찍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가는 길에 최양하는 여름에게 부탁 받은 대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CT실에 들어갈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으면 된다고 했다. CT 촬영을 마치고 나와서 여울에게 마스크를 씌우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보니 장춘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여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얘, 누구 애니?” 최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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