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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망설이던 최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여름이 내민 음식을 받아먹었다. “아~아.” “…….” 여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이 없나? 자꾸 나한테 먹여 달래?’ 하지만 찔리는 짓을 한 터라 한 접시를 착실하게 다 먹였다. 배가 좀 찼는지 최하준이 몸을 일으켰다. “갑시다.” “지금 바로 가요?” ‘저기요, 8시도 안 됐다고! 지금 이대로 가면 곧바로 날 의심할 텐데.’ “네, 지금. 가기 싫으면 남아서 밤새고 노시던가.” 어차피 할아버지께 여자친구를 보여주러 온 형식적인 자리이니 더 있을 필요가 없다. 더 있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고집 부리는 것을 보고 여름은 할 수 없이 최하준을 따라 연회장을 나섰다. 차에 탄 후 여름은 할아버지가 주셨던 돈 봉투를 건넸다. “넣어둬요.” 최하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 “그게 무슨 큰돈이라고….” 최하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 내가 돈 없다고 조롱하는 거겠지?’ 여름은 고개를 떨궜다. 곧 있으면 몰아칠 사나운 비바람을 기다리며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컴피티움에 돌아오니 여름은 그제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말없이 최하준의 상태를 살폈다. 불안했다. ‘미안해요, 쭌. 앞으로 잘할게요. 오늘만 날 좀 봐줘요.’ ****** 최하준은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서재에서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중간에 갑자기 몸이 더워졌다. 자켓을 벗어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변호사님, 괜찮습니까? 얼굴이 빨간데요….” 회의에 참석한 직원이 최하준을 걱정해 주었다. “몸이 안 좋네요. 내일 다시 진행하시죠. 최영도 쪽은 바짝 주시해 주시고요.” 컴퓨터를 껐다. 침실로 돌아와 차가운 물로 다시 샤워를 했지만 직감적으로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이러지? 오늘 저녁에 내가 먹은 게 없는데?’ 잠깐, 아까 강여름이 준 음식을 먹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런.... 강여름이 감히?’ ‘탕!’하고 최하준이 욕실문을 걷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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