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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화

“그러게. 가정 교육이 제대로 안 됐네.” 여름이 가식적으로 웃으며 답했다. “특히 얘에 아빠가 말이지, 밖에 내연녀를 두고 집은 돌보지도 않는다니까.” “거 무책임한 인간이군 그래.” 하준은 갑자기 그 여자아이가 가련하게 느껴졌다. “그치? 꼭 당신처럼 말이지.” 여름이 말했다. “옆 집 애기를 보니까 유산된 내 둥이들이 생각나서….” “……” 하준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제 보니 날 저격하려는 거였나? 애초에 당신이 죽자 사자 나에게 결혼해 달라면서 침대로 뛰어들지만 않았으면 임신할 일도 없었을 거 아냐?” 여름은 어이가 없어서 하준을 쳐다봤다. “내가 대체 어떻게 당신 침대에 뛰어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지?” “저저, 뻔뻔한 거 보라니까. 동성에 있을 때 당신이 내 술에 약을 타서 내가 당신한테 당한 거 아냐?” 하준이 있는 대로 비난했다. 여름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백지안의 최면 대단하네. 완전 기억을 조작까지 했잖아? 정작 본인은 기억 조작당한 것을 눈치도 못 채고 있어.’ “뭐, 내가 몇 년 지났다고 다 잊어버릴 줄 알았나?” 하준이 하는 말에 멸시의 말투가 역력했다. “기억력 되게 좋으시네. 늦어서 난 이만 집에 가야겠어. 따라올래? 술 한잔 줄지도 모르지.” 여름이 쇼핑백을 흔들어 보였다. “마침 레드 와인 샀는데 같이 마실래?” “난 더러운 건 질색이라서.” 하준이 여름을 노려보더니 돌아서 자리를 떴다. 여름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러고 매일 밤 나에게 와서 껄떡대고 있으니 백지안은 얼마나 속이 탈까? 하지만 이것도 괜찮지. 아니면 계획을 어떻게 시행하겠어?’ 하준은 차로 돌아갔지만 바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전화기 속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니 갑자기 가슴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그때 그 아이들이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네. 굉장히 귀여웠겠지. 쌍둥이라고 그랬었는데….’ 몇 년 동안 하준은 내내 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떠올리니 마음이 아팠다. ‘내 아이들….’ ---- 해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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