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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화

“내가 벨레스에 들어가서 후계자라도 될까 봐 겁나나 봐?” 여름이 담담하게 미소지었다. “무슨 소리. 너 같은 것에게 후계자라니.” 서유인이 웃긴다는 듯 하준을 돌아봤다. “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 봐요. 난 저런 가방끈도 짧고 개뿔도 모르는 애는 취급도 안 하는데.” 하준은 슬쩍 곁눈질했다. 강여름을 몰랐으면 서유인의 말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강여름은 최고의 해외 명문 대학 석사 출신인 데다 인테리어와 건축 분야에서 숱한 수상 경력이 있는 인재 중의 인재다. 서유인처럼 돈 뿌려가며 유학한 여느 재벌집 자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유인은 여름과 비교하면 자신이 몰지각하고 무식해 보인다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름은 그저 평범한 패딩을 걸친 것뿐인데도 빛나 보였다. 서유인과 강여름 두 사람은 외모로는 닮은 구석이 있었지만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내 눈이 어떻게 됐었나 보네. 두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했다니.’ “그래, 어떻게 내가 너와 비교될 수나 있겠니?” 여름이 나지막이 웃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마치 새하얀 백합과 같았다. “주제파악은 확실히 하고 있구나!” 서유인이 거들먹거리며 호기롭게 대꾸했다. “그만 들어갑시다.” 하준은 슬쩍 민망함을 느끼며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쪼르르 서유인도 따라 들어갔다. 여름은 그제야 차를 탈 수 있었다. ****** 식탁에는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서유인은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집어 살포시 하준의 앞접시 위에 놓아주었다. 하준은 그런 서유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점점 더 거슬렸다. 결국 식사는 하지도 않고 일어섰다. “오늘 아침엔 입맛이 없네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하준 씨…” 무슨 영문인지 서유인은 얼떨떨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어떨 것 같습니까? 나올 필요 없습니다.” 비꼬는 듯 애매한 한 마디를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서유인은 하준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니?” 위자영이 급히 달려왔다. “엄마, 나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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