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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화

“시끄러워. 여름이는 내가 20년 동안이나 돌보지 못했던 내 딸이야. 여긴 내 집이니 여름이가 지내고 싶은 만큼 지낼 수 있어. 불만 있으면 당신이 유인이를 데리고 나가던지.” 서경주가 인정사정 없이 응대했다. 위자영이 붉으락 푸르락 했다. “좋아요. 만약 유인이 혼사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쟤는 내가 가만히 안 둬요.” 무서운 얼굴로 한참 여름을 노려보더니 휙 나가버렸다. “저는 최 회장을 잡은 적 없습니다.” 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경주마저도 저들이 하는 말을 믿는다면 친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클 것 같았다. 서경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난 너를 믿는다. 최 회장이 내가 불륜으로 널 낳은 줄 아는 모양이구나. 그런 걸 아주 싫어하거든.” 여름이 애매한 표정을 짓자 서경주가 찬찬히 이야기 해주었다. “최하준 회장도 알고 보면 가엽단 말이지. 그 사람 어머니인 최란은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자란데다 아주 똑똑했거든. 그래서 그 집안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거야. 당시에 내로라하는 남자들은 모두 최란에게 어찌 해보려고 혈안이 되었었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병후에게 걸려들어서 덜컥 임신을 했지 뭐냐. 임신한 마당에 결혼할 수 밖에.” 여름은 깜짝 놀랐다. ‘어쩐지 하준에게 약을 써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을 때 심하게 난리다 싶었어. 본인이 그렇게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었어?’ 서경주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태생부터 최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자기 자식인데도 최하준을 아주 싫어했단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이혼하고서는 대학시절 옛 사랑이었던 남자와 결혼해서 최양하를 낳았어.” “그 사람… 불쌍한 어린 시절을 보냈겠어요.” 여름은 작게 중얼거렸다. 마음이 너무나 복잡하고 가련한 생각이 들었다. “그랬겠지. 이혼하고 나서 한병후는 매일 술에 쩔어 살았고, 최란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최양하는 끔찍이도 아꼈지. 다만 하준이 눈에는 최양하와 새 아버지가 눈에 거슬렸겠지. 그들이 자기 가정을 파탄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래서 너를 저렇게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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