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0화
“알겠어. 그만 해. 앞으로는 아이들을 우선 순위에 둘게. 안심해. 당신 집에 둥이를 두는 건 임시방편이니까. 양유진을 감옥에 집어넣고 나면 아이들은 내가 데려갈 거야.”
하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여름은 너무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았다.
“그래.”
하준이 끄덕거리고는 잠시 쉬었다가 엄숙하게 덧붙였다.
“나중에 잊지 말고 나도 꼭 데려가.”
“……”
여름은 어이가 없어 하준을 노려보았다.
“옷은 나에게 줘.”
하준이 여름의 옷을 가져갔다.
여름이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그 안에는 속옷도 다 들어있었다.
여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됐어. 내가 할게.”
“안 돼. 이러고 어딜 내려가려고?”
하준이 은근한 시선을 여름의 가슴팍으로 던졌다.
여름은 우뚝 서버렸다.
엄마가 같이 자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울이와 하늘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한참 책을 읽어주고 나서야 아이들은 겨우 잠들었다. 여름도 피곤해서 잠시 누워있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낯선 곳이지만 아이들 냄새를 맡으며 여름은 곧 잠에 빠져들었다.
막 잠이 든 사이 뒤에서 뭔가가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곧 뜨거운 품에 안기게 되었다.
여름은 무의식중에 뒤로 돌아누웠다. 손이 남자의 허리에 가 닿았다.
여름은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환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여름을 가만히 바라보는 하준의 깊은 눈동자를 비췄다. 그 눈에는 애정과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기야…”
하준의 매끈한 입술이 가볍게 여름을 불렀다.
여름은 잠이 확 달아났다. 자고 있는 아이들만 아니었으면 펄쩍 뛰어서 하준의 하복부를 걷어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꾹 참는 수밖에 없으니 여름은 어금니 사이로 가만히 말을 뱉었다.
“누가 남 자는 침대로 기어 들어오래?”
“나랑 다시 사귈 수 있다고 그랬다며?”
하준이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였다.
여름은 달빛에 비친 하준의 눈썹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남자의 속눈썹이 어쩜 그렇게 풍성하고 긴지….
그 짙은 속눈썹이 다가올수록 하준의 호흡도 가까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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