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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화

상혁은 하준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 프리제덴셜 스위트 룸에 도착하자 기사가 상혁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최 회장님과 독대하고 싶어 하십니다.” “자네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지.” 하준의 눈에 살짝 의혹의 빛이 스치긴 했지만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검은 가죽 소파에 짙은 네이비 목욕 가운을 입은 덩치 큰 사람이 앉아있었다. 남자는 마흔쯤 되어 보였는데 이목구비에서 강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험상궂은 느낌이고 어떻게 보면 기품이 느껴지는 미남자였다. 남자는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들고 하준을 바라보았다. 하준은 처음으로 그 남자의 모습을 또렷이 되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디서 만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가 전에 만나 뵌 적이 있었던가요?” 하준이 떠보듯 물었다. 남자는 목구멍을 울리며 낮은 소리로 웃더니 커피잔을 내려놓고 저음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만났었지. 한병후라고 하면 기억하려는지?” 한병후. 오래도록 누군가가 거론하는 일이 없었던 이름이었다. 심지어 오래도록 하준은 기억 속에서 지웠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하준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란 사실조차 잊고 살아왔다.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이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하준은 절망했을 뿐이었다. 그저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는 하준의 눈은 평온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격랑이 일었다. 한참 만에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제서 뭐 하러 돌아오셨나요? 진작에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요.” 한병후의 날카로운 눈에 죄책감이 서렸다. “미안하구나….”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하준이 대차게 한병후의 말을 끊으며 눈에 힘을 주었다. “내 아버지는 어렸을 때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더니 돌아서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남자가 있는 곳에 한시라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딸과 아들이 생기더니 20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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