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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화

다음 순간 양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테이블에 차려진 도시락을 숨기지도 못했다. 그나마 꽃다발은 하준이 들고 간 상황이었다. “식사 중이었군요.” 도시락을 보더니 양유진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최하준이 들고 왔던가요?” 여름은 그렇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다면 왜 하준이 보낸 도시락을 받아먹었는지 해명할 말도 마땅치 않았다. “아뇨. 식당에서 올려보낸 거예요.” 숨 막히는 2초가 흐르고 여름은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최하준이 왔던 건 어떻게 알았어요?” “최하준이 회사에 와서 또 질척거릴까 봐 1층에서 직원들에게 혹시 최하준이 오면 내게 말해달라고 부탁해 놓았었거든요.” 웃으며 말하던 양유진이 물었다. “갔나 보죠?” “네. 못 올라오게 했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여름은 완전히 찔려서 어쩔 줄 몰랐다. “잘됐네요.” 양유진의 눈이 반짝하더니 갑자기 웃었다. “사무실 향기가 좋네요.” “방금 향수를 뿌려서 그런가 봐요.” 여름은 하준이 들고 왔던 꽃에서 나는 향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으니 계속 꼬리를 물고 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저기, 식사했어요? 식당으로 내려갈까요?” 안에 숨어 있는 시한폭탄 최하준을 생각하니 더는 사무실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죠.” 양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락 가지고 내려갈까요?” “됐어요. 유진 씨가 올 줄 알았으면 올려보내라고 하지 말 걸 그랬어요.” 여름은 어색하게 웃고는 얼른 일어서 같이 내려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양유진이 갑자기 휴게실로 걸어갔다. 여름은 너무 놀라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양유진이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적당한 말을 둘러 대 막기도 전에 문이 열려버렸다. 그런데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준과 꽃도 보이지 않았다. 안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공간은 옷장밖에 없었다. ‘최하준이 옷장 안으로 숨었나?’ 여름은 튀어나올 듯 뛰던 심장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오버한 것인지 모르지만 최하준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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