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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화

“응, 아주 고급진 버전으로. 전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신경 쓰는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배워보려고.” 하준은 갑자기 여름의 앞에서는 자존심을 던져버리고 나니 다시는 집어쓰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하준이 올라오기 전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개가 되고 싶다면 이거 먹어.” 여름은 서랍에서 생고기를 꺼내더니 던졌다. 식당에 부탁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하준은 날고기를 보더니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여름의 눈에 날고기를 들고 베어 무는 하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하준을 놀려서 모욕을 주면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정말로…. 벌떡 일어섰다. “최하준, 그… 그걸 진짜로 먹으면 어떡해? 난.. 그냥 장난으로….” 날고기의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들어와 토할 뻔했지만 하준은 어찌 어찌 꿀꺽 삼켜버렸다. “날 내보내려고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그냥 고기인데, 뭘. 이전에 애먹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더니 다시 고기를 씹었다. 하준이 웃었다. “아마도 전에 내가 미워서 날 씹어 먹고, 갈아 먹고 싶었을 거야.” “그만 먹어!” 하준이 계속 날고기를 씹는 모습을 여름은 차마 더는 볼 수 없었다. 후다닥 다가가 입에 있던 고기를 빼앗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그 많은 일을 겪고 이제 많이 냉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다시 최하준에게 자꾸 당하다 보니 울컥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래. 먹지 말라면 안 먹을게.” 하준은 한껏 다정한 얼굴을 하고 웃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없이 달콤한 얼굴이었다. 이런 인간 앞에서 여름은 완전 무방비였다. 머리가 아팠다. “최하준, 대체 몇 번을 말해야…” “내가 도시락 만들어 왔어.” 하준은 자신이 만들어온 도시락을 꺼냈다. “어제 도와줘서 고마워.” 여름은 저기압이 되었다. “당신을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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