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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화

하준은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손을 뻗어도 자기 손가락도 안 보일 컴컴한 어둠 속에서…” 옆에서 보고만 있던 엄 실장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하준이 뭔가 묘한 소리라도 할까 싶어서 얼른 끼어들어 하준을 끌고 구석으로 갔다. “회장님, 저희 대표님하고 이혼하셨잖습니까? 그러면 각자 잘 살아야지요. 여기까지 와서 이러시면 이상한 소문이 나서 우리 대표님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좋은 거 아닙니까?” 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부부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혼외자 역할이라면 이미 배울 만큼 배웠다. 엄 실장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아니,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 “그러면 난 사람이길 포기하지.” 엄 실장이 말을 더듬었다. “아,아니. 사람이 아니면… 뭡니까?” “충성스러운 댕댕이?” 하준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엄 실장이 입을 떡 벌리고 그 오만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최 회장님이 이렇게 된 걸까? 체면은? 이젠 그런 건 필요 없어진 거야?’ “여름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하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난 어쩔 수 없이 어젯밤에 우리 강여름 대표가 내가 죽은 줄 알고 막 울었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지.” “……” 엄 실장은 머리가 쭈뼜 섰다. 할 수 없이 돌아서서 가만히 여름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여름은 그 말을 듣더니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 인간이 하는 헛소리에 넘어가지 말아요. 난 운 적 없거든.” “대표님, 지금 제가 듣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지나가는 직원들을 붙잡고 아무 말이나 마구 하고 있어요. 대표님의 명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엄 실장이 더욱 소곤소곤 말했다. “그리고 제 생각인데 최 회장이 완전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러면 충성스러운 개가 되겠대요.” “……” 여름은 이마를 문지르다가 결국 무력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그러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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