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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화

최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기가 자기 발등을 찍은 기분이었다. “아 참, 우리 별장을 산 사람이 혹시 누군지 아십니까?” 하준이 갑자기 물었다. “잘 모르겠어. 완전히 신분이 미스터리야.” 최란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왜 묻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여울이의 손을 잡고 올라가는 최란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휴대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 보니 백지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날 차단 목록에 넣어 두었나 봐?” “위자료 반환 연락했나?” 하준이 싸늘하게 물었다. “아니, 쭌. 네가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한 번도 널 해치겠다는…” 백지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화가 난 백지안은 광분해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 송영식은 들어서다가 그 모습을 보고 완전히 깜짝 놀랐다. 그런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어, 영식아. 무슨 일로 왔어?” 백지안도 나름 깜짝 놀랐다. ‘이놈의 수위가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을 들여보냈잖아?’ 황급히 눈물을 몇 방울 짜내면서 멘붕이 온 척했다. “방금 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구 화를 내는 거야. 얘 이런 모습 너무 낯설고 무섭다. 헤어졌으면 친구로는 못 지내는 건가? 꼭 이렇게 원수처럼 지내야 해?” “하준이는 변했어.” 백지안이 날뛴 이유를 이해하고 송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준이를 보려고 찾아갔었는데 나도 안 만나주더라.” 백지안은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꾹 참았다. “그러면 주혁이를 만나보면 어때?” “…주혁이는 이번 일에 안 끼고 싶어 하더라.” 송영식이 백지안을 보면서 우물쭈물 말했다. “주혁이는 네가 80% 정도는 하준이에게 돌려주면 어떤가 하더라. 사실 20% 정도만 받아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 금액이긴 하잖아?” 사실 이주혁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차마 자기 입으로 대놓고 말하기는 힘들어서 친구 이름을 빌려 한 번 해본 소리였다. “지금 당장 그 큰돈을 뺄 수가 없다니까. 아 기금에 묶여 있어서. 아니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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