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6장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더 놀랐다.
그녀는 기모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과연 눈앞에 있는 사람이 기모진인지 묻는 듯이 기모진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만리의 이 반응에 기모진은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그가 그녀에게 저지른 상처와 범죄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속죄할 수 있을까.
기모진은 소만리를 쇼핑몰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갔고, 의사를 만나고나서 그는 이 의사가 남사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사택과 기모진은 동문이지만, 그도 역시 소군연의 좋은 친구이기도 하므로 기모진은 조금 신경이 쓰였다.
"당신은 언제 뇌과 의사가 되었나요?"
기모진이 물었다.
남사택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서랍에서 침착하게 카드 홀더를 꺼냈고, 그 안에는 정신과 의사 남사택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지루해져서 공부를 좀 더 해 봤어요. 불법은 아니겠죠?”
기모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소만리의 상태를 설명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소만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모진, 당신 먼저 좀 나가 있어 줄래요?”
이 요청에 기모진은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스스로 나갔다.
그리고 기모진이 나가자 소만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남사택에게 부탁했다.
“남 선생님, 모진이 제가 아픈 걸 아는 것 같아요. 그가 나중에 물어보면 꼭 비밀로 해주세요.”
남사택은 잠시 멍해 있다가, 소만리의 진실하고 맑은 눈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실 문이 열리자 소만리는 편안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화장실에 간다며 기모진에게 주차장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소만리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을 보고, 일부러 돌아서서 떠나는 척했고 소만리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을 때, 기모진은 남사택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상태를 남사택에게 알렸다.
남사택의 말을 듣고 매우 직설적인 결론을 내렸다.
"판단을 해보니 자극으로 인해 해리성 기억상실증, 즉 자기 정체성의 인지장애가 생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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