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7장
호정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깨닫자 적잖이 당황했다.
“소만리, 계속 날 속이고 있었다니.”
“난 널 속이지 않았어. 네가 직접 알려줬잖아. 날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소만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신...”
호정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시 꺼내 소만리를 향해 겨누었다.
“날 계속 바보 취급했잖아요!”
호정은 불을 뿜듯 매서운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오늘 당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호정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갑자기 소만리를 향해 돌진했다.
바로 그 순간 옥상 문이 확 열리며 재빠른 그림자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호정의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호정은 강력한 힘에 밀려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 없었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똑똑히 쳐다보았다.
기모진이 이미 소만리의 곁으로 와서 그의 품에 그녀를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호정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만리를 계속 공격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기모진은 긴 다리를 들어 호정이 들고 있던 칼을 멀리 내동댕이쳤다.
“이제 그만, 그만 좀 해!”
기모진은 분노했고 그의 차가운 눈에는 한겨울 칼바람보다도 더 매서운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호정은 못마땅한 듯 눈을 부라리며 기모진을 쳐다보았다.
“기모진, 어째서 나한테는 이렇게 정이 없는 거예요? 어쨌든 우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더 이상 망상하지 마. 난 지금까지 당신과 아무 일도 없었어.”
기모진은 단호하게 호정의 말을 잘랐다.
그가 단단하게 품에 안고 있던 소만리를 조금 풀어 주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불길에 뛰어든 전사 같은 결연한 눈빛이 뿜어져 나와 호정을 에워쌌다.
호정의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오며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분명 지금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했다.
“호정, 내 아내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속인 사람은 고승겸이야. 나와 당신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당신은 단지 고승겸한테 이용당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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