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장
남연풍은 어리둥절했다. 기여온이 건네준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기여온이 쥐여 준 작은 카드를 바라보았다.
남연풍이 가만히 바라보니 그것은 기여온이 자신을 소개하는 작은 카드였다.
카드에는 기여온의 인적 사항과 현재 거주지가 적혀 있었고 기여온의 현재 건강 상태도 쓰여 있었다.
그 카드를 보고서야 남연풍은 기여온이 정말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만약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비해 누군가 마음씨 좋은 사람이 그녀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주길 바라는 마음에 지니고 다니던 카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고승겸이 어떻게 아무 대가 없이 기여온을 되돌려줄 수 있겠는가?
이때 고승겸도 기여온이 남연풍에게 건네준 카드를 보았고 성큼성큼 걸어와 남연풍이 들고 있던 카드를 빼앗듯 가져갔다.
고승겸은 힐끔 쳐다보더니 입가에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카드를 휴지통에 집어던지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섰다.
기여온의 귀여운 눈썹이 일그러졌고 그녀는 돌아서서 휴지통으로 간 뒤 고승겸이 버린 카드를 주워 자신의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남연풍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여온을 쳐다보았다.
어린 소녀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정작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고승겸이 그녀의 말을 들어줄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남연풍은 휠체어를 움직여 기여온의 곁으로 다가갔다.
“기여온이라고?”
남연풍의 말에 기여온은 작은 머리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연풍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온아, 잠시 동안만 여기서 지내고 있어. 적당한 기회를 봐서 집에 데려다줄게.”
기여온은 남연풍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듯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
남연풍은 기여온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휠체어를 옮겨 방으로 들어왔다.
고승겸은 어느새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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