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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장

고승겸을 보자마자 안나의 얼굴은 하얗게 겁에 질려 버렸다. 고승겸의 싸늘한 눈빛이 안나의 얼굴을 스치며 바로 남연풍의 얼굴로 직행했다. “일어났어?” 남연풍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 선생, 잘 보셨네. 맞아. 깼어.” “...” 남연풍이 일부러 자신을 비꼬는 것을 알면서도 고승겸은 모른 척했다. 그는 그녀와 쓸데없는 논쟁을 할 마음이 없었다. “깼으면 이제 일어나. 이따가 병원 가서 종합검진 받아야 해.” 고승겸은 안나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다가 그대로 나갔다. 어서 남연풍을 부축해 일어나도록 도와주라고 고승겸이 안나에게 눈짓으로 언질을 한 것이었다. 안나는 시중을 불러 남연풍을 일으켜주고 씻겨준 후 옷을 갈아입히라고 지시한 후 웃으며 남연풍에게 아침 식사를 뭘로 할 것인지 물었다. 남연풍은 안나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남연풍은 고승겸이 준비한 7인승 차량에 몸을 실었다. 운전기사는 앞에서 운전했고 남연풍은 뒤 칸에, 그리고 고승겸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긴장하고 조마조마할 줄 알았던 남연풍은 엊그제 고승겸과의 대치를 겪어서 그런지 오히려 담담해졌다. 그러나 남연풍이 담담해졌다고 해서 고승겸이 담담해질 리는 없었다. 남연풍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빈틈없는 옆얼굴을 힐끗 보다가 고승겸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고승겸은 문득 지금의 남연풍의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이전에 남연풍은 짙은 화장을 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거의 화장을 안 한 수준이지만 볼 때마다 그는 지금의 얼굴이 여성스럽고 예쁘다고 느꼈다.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어느 하나 꾸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차창으로 따스한 봄볕이 보드랍게 밀려들어 와서 그녀의 얼굴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녀는 마치 태곳적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소녀의 얼굴처럼 말갛고 고요했다. 지금까지 고승겸은 그녀에게서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한 남연풍은 여전히 담담한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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