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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장

”...” 소만리의 말에 기모진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소만리의 눈빛은 그의 심장을 꿰뚫어보는 듯 전율하게 했다. “소만리, 나...” “소만리?” 소만리는 자신을 이름을 반복하며 갑자기 낮은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가장 사랑하지만 날 가장 미워하는 남자가 날 이렇게 사랑스럽게 부르다니.” 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기모진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소만리는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는 소만리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눈동자를 따라 원을 그리고 있었고 그녀의 안색은 말도 못 하게 창백해져 있었다. 소만리는 한 손으로 침대 위를 받치고 일어나 앉더니 한 손을 가슴 위에 갖다 대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힘겹게 심호흡을 했다. 호흡과 심장 박동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구 흐트러졌다. “소만리, 나한테 시간을 좀 줘. 내 말 먼저 들어봐, 제발.” 기모진이 간절하게 부탁하듯 말했다. 눈앞에 있는 소만리의 차갑고 냉랭한 태도는 기모진으로 하여금 예전에 그에게 돌아와 복수하려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그때 겪었던 감정들이 너무 두려웠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지금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반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다가 눈치 빠르게 얼른 그 자리를 돌아섰다. 병실을 나와 이반은 강자풍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그가 앞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병실 안. 소만리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기모진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왜 이렇게 괴로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자신을 괴롭히던 소만영의 모습과 소만영의 행실을 그저 방임하며 구경이나 하던 기모진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그녀가 눈을 감든 뜨든 어디서나 상처로 피를 철철 흘리는 자신의 모습만 보였다. 이윽고 떠오른 장면은 기모진이 묘지 앞에서 뼛가루를 날리는 순간이었다. “기모진, 그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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