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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장

고승겸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방문 쪽으로 갔다. 기모진은 점점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는 고승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이미 고승겸이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승겸.” 그때 갑자기 소만리가 등장했다. 그녀의 등장에 고승겸은 방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승겸, 나 이제 준비 다 됐어. 이제 내려가서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러 갈까?”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다가 서재에 서 있는 안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안나도 와 있었네.” 고승겸은 덤덤한 눈빛으로 안나를 흘겨보더니 소만리를 향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방에 가서 좀 쉬어.” 소만리는 난처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당신 나랑 같이 있어 줄래? 나 좀 긴장돼서 그래.” 고승겸의 눈이 서재 문을 한번 쓱 훑어내렸다. 이윽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있어 줄게.” “응. 고마워.” 소만리는 달콤한 보조개를 뺨에 드리우며 손을 뻗어 고승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고승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만리의 발걸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안나는 이런 고승겸의 뒷모습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다가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리며 서재를 떠났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그런 타이밍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숨을 크게 내쉰 기모진은 곧바로 서재를 떠났고 소만리와 고승겸이 어디로 갔는지 두리번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먼발치에서 고승겸이 급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고승겸은 아마도 서재로 돌아가 자신이 문 뒤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기모진은 생각했다. 그는 얼른 사람 없는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고승겸이 서재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기모진도 재빨리 고승겸이 지나온 쪽으로 달려갔다. 기모진은 복도로 달려가다가 문득 곁눈으로 방안에 앉아 있는 소만리의 모습을 힐끗 보고는 주저하지 않고 쏜살같이 그 방으로 뛰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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