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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7장

경연이 떠난 뒤 소만리는 혼자 방에 있었다. 시중이 다시 들어와 약 상자와 무늬가 아주 정교하게 새겨진 그릇에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소만리는 아직도 피가 나오고 있는 손가락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자신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녀 스스로도 계속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 “사모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젊은 시중이 소만리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고 친절하고 공손하게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소만리도 자신이 방금 좀 충동적이었다고 느꼈고 침착해야 경연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그래요. 부탁해요.” 소만리는 시중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젊은 시중은 소만리가 아까처럼 저항하지 않자 기쁜 마음으로 상처를 싸매주었다. 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소만리의 발치에 쭈그리고 앉아 면봉과 알코올 솜을 조심스럽게 꺼내 소만리의 상처를 소독했다. 소만리는 열심히 상처를 소독해 주는 시중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아희라고 합니다.” 시중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마루를 청소하고 있는 또 다른 시중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아현이에요. 우리 둘이 사모님을 보살펴 드리는 것을 담담하고 있어요.” 아희, 아현. 소만리는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물었다. “아희,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는 Y국에서 사장님이 지내시는 집이에요. 사모님 모르셨어요?” 아희가 큰 눈을 깜빡이며 소만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Y국? 여기가 설마 Y국? 잠깐. 소만리는 문득 예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선의 엄마는 Y국의 갑부라고 했다! 이것이 과연 그녀가 경연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예선의 엄마는 지금 경도에 있을 것이다. 소만리의 마음속에서 타올랐던 희망의 불꽃이 다시 사그라들었다. “사모님, 상처는 이미 다 쌌습니다. 당분간은 물에 닿지 않게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처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에요.” 아희는 친절하게 당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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