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6장
말을 마친 그녀는 차은우를 향해 간절한 시선을 보냈다.
손마디가 뚜렷한 그의 손에 손이 닿는 순간, 성지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갑자기 손을 확 잡아당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해.”
그 한마디에 성지현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의 행동과 말은 그녀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다.
성지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기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손끝으로 가만히 어루만졌다.
그제야 방금까지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래,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지. 하지만 어떤 일들은 분명히 일어났고 존재했으니 과거로 남겨두더라도 잊을 수는 없는 법이야.”
성지현이 쓸쓸하게 웃어 보였다.
저녁 바람과 달빛 속에서 그녀는 완전히 부서지는 것 같았다.
차은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성지현을 훑어보았다.
초조했던 마음이 왠지 모르게 가라앉고 문득 몇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차은우는 지금처럼 능숙하게 그녀를 제압하지 못했고 가끔은 어쩔 줄을 몰라 할 때도 있었다.
“갑자기 왜 귀국한 거야?”
차은우가 물었다.
성지현은 깜짝 놀라며 미소를 지었다.
차은우가 드디어 그녀가 귀국한 이유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여러 번 얼굴을 마주쳤지만 그는 항상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었다.
성지현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아. 더는 해외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차은우는 담배를 피우던 동작을 멈추며 잠시 침묵했다.
성지현은 그의 침묵에 조금 실망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
“너… 서하윤 좋아해?”
그녀는 질문을 던지고 곧 숨을 죽였다. 왠지 차은우의 대답을 듣는 것이 두려워졌다.
차은우는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는 재떨이에 눌러 끄며 성지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늦었으니까 난 자러 간다.”
말을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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