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0장

성지현은 자기가 존중하는 어른이 자기에게 이렇게 엄숙하게 말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이것은 상의가 아닌 강요다. 그녀는 평생 쌓아온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하윤과 차은우를 생각하니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이 마음을 덮쳤다.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는 차은우가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서하윤을 소개하며 "집사람"라고 칭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집사람... 두 사람 정말 결혼한 건가? “내 말 듣고 있어?” 넋이 나간 듯한 성지현의 모습에 성동준의 어머니는 화를 내며 물었다. 그제야 성지현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저한테도 생각이 있어요. 더는 가문에 폐를 끼치지 않을 거예요.” 그제야 성동준의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ㅡㅡ 저녁 식사를 끝내고 약 반 시간이 지날 무렵, 성지현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마침 그녀는 차은우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은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왔다. 서하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잘 생각했어?” 전화기 너머의 성지현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내가 했던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 사과할게. 그러니 우리 가문 꼭 좀 도와줘.” 말이 길지는 않았지만 성지현이 꼬리를 내렸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서하윤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바로 쿨하게 대답했다. “좋아. 계좌부터 보낼게.” “그래.” 전화를 끊은 후, 서하윤은 자기를 쳐다보는 차은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성지현이 내 조건을 받아들였어. 그러니 내가 한번 가봐야겠다. 당신은...” 서하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은우가 말했다. “나도 같이 가.” 서하윤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성씨 가문에서 두 사람 사이를 알게 된다면, 급한 건 그녀가 아닌 차은우이기 때문이다. ㅡㅡ 성지현은 곧 서하윤에게 40억을 송금했다. 송금 완료 후, 성지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굴욕은 처음이야. 서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