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5장

차은우는 장민호에게 서하윤의 차는 수리를 맡기라고 지시했고 서하윤은 차은우의 차에 올랐다. 여전히 그날 밤의 그 차였다. 그리고 기사 역시 그 기사였다. 오직 다른 점은 지금은 낮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는 더 냉랭해졌다. 차에 오른 서하윤이 말했다.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내려줘. 나 은별이랑 약속이 있어서.” 차은우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날 피하고 싶은 거야? 내가 어젯밤에 왜 술집에 갔는지, 아까 그 여자는 왜 날 안다고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 여자가 차은우를 탐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서하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은우 씨가 말하고 싶으면 말하겠지. 내가 먼저 물어보면 내가 신경 쓰면 안 되는 일에 간섭하는 게 될 테니까. 안 그래?” 서하윤이 반문했다. 게다가 차은우는 진미소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풀이 팍 죽은 여자의 모습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은우를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차은우는 그들을 전부 기억할 필요가 없다. 차은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 냉정하군. 넌 내 아내라는 사실을 잊지 마.” “은우 씨, 내가 질투하길 바라는 거야? 그런데 내가 질투하지 않으니 기분이 상한 건가?” 서하윤은 생각에 잠긴 듯 차은우를 바라봤다. 설마... 나한테 마음이 생긴 건가? 서하윤은 심장이 두근거려 차은우를 주시했다. 그러자 차은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했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서하윤은 눈을 내리깔더니 곧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니까, 물어볼 필요가 없잖아.” 차은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세워줘. 은별이 여기 살아.” 서하윤이 말했다. 차은우는 무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서하윤이 차에서 내릴 때, 차은우가 입을 열었다. “저녁에 집으로 갈 거야.” 서하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가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