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6장

“매일 힐리우스에 청소하러 가는 도우미에게 시켜서 도련님이 쓰는 콘돔에 몰래 구멍을 내는 겁니다. 하나하나 전부요.” 김 집사는 평소 이런 치사한 방법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에 빛이 가득했는데 마치 자기가 직접 실행할 것처럼 흥분했다. 최금주도 그 말에 눈빛이 밝아지더니 무언가를 떠올렸다. “설마 집에 손자도 그렇게 생긴 거야?” 김 집사는 사레가 들려 연신 기침을 해댔다.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최금주는 다 알아차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서두르진 말자. 하윤이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몸이 다 회복되면 그때 생각하지. 게다가 얼마 후면 그 골칫거리들이 해외에서 돌아올 거 아냐. 그때 둘이 해결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 일이 다 끝난 후에 아이를 낳아도 늦지 않아.” 최금주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김 집사도 웃음을 거두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ㅡㅡ 세명시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공기는 습하고 하늘은 어두워졌다. 마침 오늘 남윤길이 대본에 따라 비가 오는 날 촬영해야 할 장면이 있었다. 감독은 이런 날씨를 한 달 넘게 기다렸다. 하여 오늘 미리 준비해 둔 여러 장면을 전부 한꺼번에 촬영하기로 했다. 강은별은 오늘 스케줄을 알고 감독이 정해준 시간보다 미리 도착했다. 촬영장에 들어선 남윤길은 강은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은별 씨...” 강은별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었다. “저 오늘 출근 날이잖아요. 시간 아주 잘 맞췄죠? 저 따듯한 물이랑 수건, 새 옷까지 전부 준비해 왔어요. 남 선생님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요.” 남윤길은 그녀를 깊게 바라보며 웃었다. “걱정 마세요. 나 그렇게 나약한 사람 아니에요. 비 좀 맞는다고 문제 될 거 없어요.” 옆에서 윤현우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내일 CF 촬영이랑 예능 촬영도 있어. 그러니 몸 좀 사려.” 그는 수년 동안 남윤길과 함께 하며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러니 비를 좀 맞는다고 해서 심각한 건 아니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