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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금주 할머니께서 차은우 씨에게 저의 임씨 집안을 도와주시라고 한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차은우는 눈섭을 치켜올리고, 그녀는 임씨 집안이 층분히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임진택의 능력으로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그녀가 이것을 결혼과 맞바꾸면 그가 승낙해도 문제없다. “차은우 씨께서 저의 임씨 집안에 대한 도움을 중단해 주셨으면 해요.” 서하윤은 자기의 눈에서 흉악한 원한이 드러나 애꿎은 사람을 놀래킬까 봐 눈꺼풀을 내렸다. “네?” 차은우는 조금 의외했다. 그러나 그는 캐묻지 않았다. 서하윤이 서명한 것을 확인하자 그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들어가요.” “네.” 오늘 구청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 밖으로 나오자 서하윤은 손에 든 혼인신고서를 보고 잠시 멍하더니 마침 꿈꾸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멍한 사이에 옆에서 차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카톡 추가하고 주소를 보내줄게요. 요 이틀 사이로 이사하면 됩니다.” 서하윤이 거절하기도 전에 차은우는 카톡을 추가하고 바로 떠났다. 혼인신고 하기 전 서하윤은 금주 할머니와 같이 지낼려고 했고 차은우와 동거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무방하다. 겉으로 화목한 부부 행세를 하면 금주 할머니가 더 안심할 것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반이었다. 먼저 임씨 집안에 가서 물건을 가지러 가면 된다. 그 집안에 영자 할머니가 그녀에게 준 몇 가지 물건만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임씨 집안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하윤은 발신인이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자기야, 방금 수아 씨가 전화 왔는데 자기가 병원에 가서 헌혈할 때 아버님과 어머님이랑 싸웠다면서.” “난 자기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버님과 어머님이 속상해 하실 거야. 그리고 수아 씨도 자기의 피가 필요하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감정 상해.” “지금 어디야? 찾으러 갈게. 그리고 같이 아버님, 어머님한테 가서 사과하자! 내일 아침 일찍 같이 병원에 가서 헌혈하고 영화 보러 갈까?” 강민준의 얼리고 달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서하윤은 휴대폰을 든 손을 꽉 쥐었다. 전생에 그녀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강민준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대학교 졸업하는 날에 강민준은 그녀에게 프러포즈하고 이번 생에 서하윤만 사랑한다고 했었다. 어떤 남자들의 약속은 결국 헛소리와 다름이 없다! 죽기 직전 1년이 넘도록 마비된 상태로 겪었던 모든 것들이 눈앞에 생생했다. 강민준은 계속해서 서하윤의 회답이 들리지 않자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 “자기야? 듣고 있어? 그쪽에 신호가 좋지 않은 거야? 카톡으로 얘기할까?” “병신, 헤어져.” 서하윤은 더 이상 하루라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민준과 그 어떤 관계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과감하게 전화를 끊었다. 카톡에 메시지가 끊임없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직은 강민준을 차단할 때가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씨 집안에 도착했다. 임진택 등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 시간 때에는 차가 막혀서 반 시간이 더 지나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녀가 이사 온 지 반년밖에 안 되어서 물건이 많지 않아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 그녀는 거실 한 곳에 걸려 있는 옛 그림을 보았다. 옛 그림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걸어두었다. 이것은 그녀가 진라희의 생일선물로 드리려고 세 달이나 걸려서 직접 복원한 그림이었다. 결국엔 진라희는 싫은 표정을 지으며 도우미 아줌마더러 거실에 가장 눈에 띄지 않은 곳에 걸도록 했다. 당시 그녀는 조금 속상했다. 그림에 대한 출처를 얘기하려고 하자 진라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귀찮아하면서도 반면에 임수아가 선물한 명품 가방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진라희는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고 그녀가 진심으로 대하는 가치도 없다. 그녀는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옛 그림을 떼어내고 잘 말아서 캐리어 속에 넣었다. 40분 후, 임진택 등 세 사람이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진라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서하윤이 보이지 않자 눈섭을 찌푸리고 아줌마께 물었다. “하윤이 돌아왔어?” 아줌마는 바삐 하던 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하윤 아가씨께서 반 시간 전에 돌아오고 나서 캐리어 하나 들고 나갔습니다.” “캐리어 들고 나갔다고?” 진라희의 음성이 높아졌다. “네, 사모님.”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수아는 조금 의외했다. 예상대로라면 돌아오면 서하윤이 주눅이 들어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빛이 번뜩거리더니, 강민준이 그녀를 다룰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가출한 거예요?” 임수아가 물었다. 임진택은 화가 치밀었다, “감히 집 나가면 다신 돌아오지 마! 철이 너무 없어. 지금 당장 이년의 카드 정지시킬 거야!” 이 딸은 정말 그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놨다! “제가 방으로 가볼게요. 아마 가출로 우리에게 겁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 짐작에는 이 계집애가 아마도 차를 갖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철없어!” 진라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서하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서하윤의 방에 거의 들어 온 적이 없었다. 방문을 열자 그녀는 간단하게 꾸민 텅 빈 방을 보고 멈칫하더니 마음속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떠올랐다. “엄마. 제가 나갈게요. 언니는 아마도 이 집에서 저를 보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나가면 언니가 돌아올 수 있어요.” 임수아가 다가와 보니 진라희가 넋을 잃고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집에서는 그녀야말로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다! 서하윤은 그녀에게 밣히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정신이 돌아온 진라희는 안쓰럽게 임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가 네 반만큼 말 잘 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가겠다면 나가라고 해. 신경 쓸 거 없어.” “하윤이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양어머니도 중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문화 수준이었으니 몰라도 당연한 일이에요. 엄마, 우리가 나중에 조금씩 가르쳐주면 하윤이도 알게 될 거예요.” 임수아는 고분고분하게 말했다. 진라희는 서하윤의 성장 과정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심란했다. “몇 년간 대학에 다녔으니 철 좀 들어야 하는데 결국에는 시야가 좁고 감사할 줄 몰라!” “내려가서 밥 먹자, 신경 쓰지 마.” ... 차들로 빽빽이 들어찬 번잡한 거리, 사람들도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서하윤은 택시에 앉아 눈앞에 빠르게 지나쳐 가는 것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꼈다. 그녀는 정말로 살아 돌아왔다. “아가씨, 휴대폰이 자꾸 울리네요.” 기사 아저씨는 백미러로 서하윤을 바라보았다. 이쁘게 생긴 아가씨가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데 눈빛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차에 올라탄 후부터 전화벨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고마워요. 아저씨. 스팸 전화에요.” 서하윤은 고개 숙여 휴대폰을 보더니 다름 아닌 강민준이 카톡과 전화로 번갈아 빗발쳤다. 그녀는 그가 성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그와 임수아가 험상궂게 뒹구는 모습과 맞물렸다. 휴대폰을 든 손을 주체할 수 없이 꽉 움켜쥐더니 벨소리가 멈췄다. 때마침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가 차은우인 것을 보자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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