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차은우는 넥타이를 다시 잡아당기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하윤, 너 열이 지금 39도야. 무조건 해열제 먹어야 해.” 약이란 말을 듣자 서하윤은 꽉 이를 악물고 싶었다. 그리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말했다. “강민준, 당신을 원망해!” 강민준이란 세 글자를 듣고 게다가 서하윤의 창백하고 고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본 차은우는 이미 그녀가 왜 이리 슬퍼하고 눈물을 흐르는지를 알았다. 그녀가 힘껏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조금만 힘을 더 주면 입술이 물어뜯어질 것 같아서 즉시 눈섭을 찌푸리며 일깨웠다. “서하윤, 정신 차려.” 입술이 물어 뜯어졌는지 입술의 아픔에 서하윤의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여전히 아프고 몸에도 힘이 없었다. 눈을 뜨자 차은우가 보였다. 몽롱하고 꿈 같았던 장면이 사라졌다. 서하윤의 마음이 아직도 아프고 떨렸다. 그리고 차은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해열제인가요? 저 주세요.” 차은우는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약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물잔도 건네주었다. 서하윤은 약을 먹고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약 먹고 열이 내리면 괜찮아지니 차은우 씨는 이만 쉬러 가세요.” 차은우의 목소리는 차갑고 침착했다. “너 혼자 괜찮겠어?” 서하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그냥 감기 걸려서 열이 난 것뿐이에요.” 이리 일상적인 병인데 안 괜찮은 것도 없다. 서하윤이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차은우는 방금 전 그녀가 눈물을 흘린 조금 여리한 모습이 떠올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기 앞에서 강인하고 자립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게다가 그전에 그녀에 대한 추측을 종합해서 차은우는 차갑게 대답하고 서하윤의 방에서 나갔다. 차은우가 나가자 서하윤은 다시 누웠다. 아까의 꿈자리가 너무 리얼해서 다시 전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면 잠도 자고 약도 먹어서 그런지, 서하윤은 온 몸이 힘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