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장
화들짝 놀란 서하윤이 입에 있던 음식을 씹지도 못한 채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그냥 할머니 기분 좋게 해드리려고 연기하는 것 뿐인데?
“이 결혼, 진짜 결혼으로 간주하고 3년 계약 파기할 생각 해본 적 있어?”
차은우의 단도직입적인 한 마디에 그대로 사레에 들린 서하윤이다.
코와 입을 가득 메운 매캐한 고추향에 어느새 콧물눈물 범벅이 되어버렸다.
휴지 몇 장을 마구 뽑아 얼굴을 닦고 있는 사이, 차은우가 물 한 잔을 건네줬다.
하윤이 놀란 건가?
서하윤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놀란 상태다.
“나랑 농담하는 거지 지금?”
“농담 아니야.”
차은우의 목소리에서 강경함과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충격에 빠진 서하윤을 보며 물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킨 차은우가 다시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난 다른 여자 만나서 적응해 나갈 시간 없어. 그동안 우리 제법 잘 지내왔잖아, 서로 꽤나 알아가고.”
“사실 난 당신을 잘 몰라, 당신도 그럴 거고. 진지하게 생각한 거 맞아?”
서하윤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사랑도, 감정도 없는 결혼생활이 과연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그때 그 시절 강민준과 열렬하게 사랑했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게 어때서?
사랑 없는 결혼 생활, 별다른 기대 품을 것도 없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아가도 나쁠 건 없지.
게다가 각자 집안 식구들에게 떳떳하게 할 말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서하윤이 흔들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차은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몇 날 며칠을 깊이 고민해 본 결과, 서하윤과 평생을 함께 하는게 딱히 싫진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서하윤도 싱긋 웃으며 방금 전 사레에 들려 촉촉해진 눈을 하고는 말했다.
“그래,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점심 식사 뒤, 병원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결과지를 받아 쥐었다.
서하윤은 앞서 몇 번의 헌혈로 기가 허약해져 평소 컨디션 관리에 주의해야 한단다.
또한 차은우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불면증으로 평소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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