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5장
그랬더라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세명시를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결국 강재민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송주희는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그녀는 이성을 잃을까 두려웠다.
이성을 잃고 그에게 걸지 말아야 할 기대를 걸까 봐 두려웠다.
침착함을 되찾은 후에야 그녀는 더는 강재민과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세명시를 떠나 차관우에게서도 벗어나야겠다.
택시에 오른 그녀는 백미러로 아직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강재민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무튼 내 생각은 아니겠지...
나와 강재민은... 완전히 끝났어.
ㅡㅡ
서하윤과 차은우는 앞뒤로 주차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차를 나란히 세우고 집으로 올라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설아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저녁에 시간 돼? 한 잔 할래?”
설아현은 쓸쓸한 말투로 말했다.
비록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서하윤은 고개를 들어 차은우를 힐끔 보며 말했다.
“그래,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나 집이야. 집에 술도 있고 먹을 건 호텔에서 주문했어. 너도 기분이 별로일 테니 둘이 한 잔해.”
설아현이 말했다.
설아현의 시각에서 강재민과 차은우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차은우도 다른 여자와 약혼해 서하윤을 버렸으니 서하윤도 꽤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우울할 땐 술이 최고다.
ㅡㅡ
전화를 끊은 후 서하윤은 고개를 들어 다소 그윽한 차은우의 시선을 마주했다.
“나 설아현한테 가볼게. 설아현 기분이 아주 별로인가 봐.”
서하윤이 설명했다.
그러자 차은우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나도 기분이 별로야.”
그는 요즘 들어 서하윤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녀에겐 그녀를 아끼는 두 오빠와 남동생이 있었다.
게다가 강은별에, 이제는 설아현까지?
아, 그리고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는 최한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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