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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장

그 말을 듣고 나니 소만영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나가는 듯 했다. 그는 진심인 듯 하다.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사화정이 즉시 소만영을 대신 해서 나섰다. “만영이가 얼마나 오래 자네를 따르고 자네와 사이에 애도 낳아서 다섯 살이 되었잖는가. 5년 동안 사람들이 뒤에서 첩이라고 수근 거리는 것도 참았는데. 이제 그 망할 소만리라는 여자 때문에 우리 만영이를 버려?” 그녀가 물었다. 기모진의 태양혈이 꿈틀거렸다.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사람들이 ‘그 망할 소만리’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 “그만!” 할아버지께서 다시 분노하셨다. “이 아이가 오랫동안 헤어졌던 당신 딸이라서 그간 부족했던 사랑을 준다고는 해도 이런 식은 곤란하오! 만리 그 아이도 누군가가 낳아서 기른 아이가 아닙니까! 그 아이가 누명을 썼다면 그 아이부모도 똑같이 마음 아팠을 게 아니겠소!” 할아버지는 길게 탄식했다. “만리 그 불쌍한 것은 죽어서도 그런 죄명을 쓰고……” 그는 탄식하며 천천히 돌아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소만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명치에서 뜨거운 게 울컥하고 올라왔다. ‘할아버지. 아직까지도 절 이렇게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그녀는 사화정과 모현을 돌아봤다. 그들은 소만영이 그렇게 큰 죄를 저질렀는데도여전히 무작정 소만영을 감싸기 바빴다.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조용한 가운데 아무 감정이 실리지 않은 기모진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란군이의 양육권은 다투지 않겠어. 일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이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잘 알겠지.” 그렇게 말하더니 냉랭하게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에서 소만리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어, 어디가? 모진 씨!” 소만영은 급히 쫓아 나갔다. 그러나 곧 기모진의 차에서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만영은 기모진이 사라져간 쪽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부모님을 모셔오라는 말만 듣고 결혼날짜를 발표하는 줄 알았더니 이런 불상사를 당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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