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장
기묵비의 얼굴에 비친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며 기모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이미 받은 거 같은데.”
이곳에 오기 전에 사랑하는 여자와 작별 인사를 한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그래?”
기묵비의 눈에 비웃음이 한껏 드리워졌다.
“과연 소만리에 대한 사랑이 깊은가 보군. 하지만 이거 어쩐다. 안타깝지만 소만리는 이미 내 사람인 걸.”
기묵비의 도발에 기모진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결코 소만리가 기묵비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의 고통스런 모습은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왜? 화가 나는 모양이지? 그때 소만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지 누굴 탓해.”
기묵비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권총을 집어 들며 말했다. 천천히 탄창을 갈아 끼우고 장전했다.
“그 해 우리 부모님은 당신의 그 잘난 할아버지 때문에 돌아가셨지. 나는 고아가 되었고 말이야.”
기묵비가 말을 이었다.
“내가 가장 연약하고 보호가 필요할 때 네 할아버지는 날 F국에 던져놓고 말했지. 여기에서 제일 좋은 학교에 보내준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를 멸망시키고 싶었던 거지. 가장 좋은 재산들을 장자인 너에게 주려고.”
작심한 듯 기묵비의 말은 길어졌다.
“나 혼자 이렇게 여러 해 동안 힘들게 겨우겨우 세운 사업을 결코 망하게 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우리 기 씨 집안의 모든 것을 원래대로 다 돌려받을 거야. 그리고 소만리도 내 여자야.”
기묵비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권총을 움켜쥐고 기모진의 심장을 겨누었다.
두 사람은 5센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총알이 발사되면 기모진의 심장을 관통하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모진은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내게 남은 날이 단 하루뿐이라 해도, 기 씨 집안의 사업을 절대로 당신 같은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그리고 절대로 소만리는 당신 곁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
기묵비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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