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장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지금까지 본 여자의 벗은 몸이라곤 소만리의 것뿐 이었다.
소만영을 ‘임신’ 시켰다는 두 번의 잠자리 모두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고, 매번 술에서 깬 다음 날 소만영의 말에 의해 그들이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다만 지금은, 소만영의 샤워하는 모습만 희미하게 보였을 뿐인 데도 거부감이 들었다.
"어허어헝헝… 왜… 흐엉엉엉…."
이 때 갑자기 소만영이 쓰라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기모진은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침대 시트를 쥔 채 화장실로 들어가 소만영의 몸을 감쌌다.
“어서 나와.”
그는 그녀를 잡아 끌었고, 소만영의 두 다리가 멀쩡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눈가에 짜증이 스치며 불만이 가득 차 올랐고, 표정은 분노로 가득했다.
소만영은 이런 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 할 말만 해댔다.
“모진아!”
소만영이 눈물을 흘리며 기모진의 품속으로 안겼다. 양팔은 마치 문어처럼 필사적으로 그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모진아.. 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해? 그 건달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난 지금 너무 괴로워… 모진아.. 왜 하필 나야? 난 지금 너무 더러워… 정말 너무 더러워졌어! 흑흑흑…….”
“모진아… 내가 이렇게 되었으니, 넌 이제 내가 필요하지 않겠지? 나한테 그랬잖아… 나는 모진이 네가 만났던 제일 순수하고 귀여웠던 여자애라고… 그런데 지금 나는… 지금 너의 아리는… 이제 더 이상 순수하지 않아…….”
소만영이 또 다시 아리를 언급하는 것을 듣자, 기모진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그의 아리..
소만리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때 그는 그놈의 ‘아리’를 이미 마음 속에서 떠나 보냈다.
그렇지만, 왜 인지 매번 아리가 언급될 때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소만영에게 애착이나 연민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모진은 모순적인 표정을 지었다.
소만영은 기모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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