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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장

기대로 부풀어오른 마음을 애써 누른 예선은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예선아, 엄마한테는 고맙다는 말 안 해도 돼.” 사영인의 눈에는 뜨거운 모성애가 넘쳐흘렀다. 예선은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 사영인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느낀 예선은 더 이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예선은 그 후로 바로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사영인의 안내를 들으며 아파트를 한번 휙 돌아보았다. 아파트는 200평에 달하는 엄청난 공간을 품고 있었고 다양한 꽃들로 둘러싸인 발코니에는 바람결에 묻어오는 꽃향기가 아득하게 코끝을 감쌌다. 예선도 실내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이 지역의 집값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영인이 자신에게 선물하려고 한 이 집은 인테리어까지 더 하면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할 것이 틀림없었다.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었고 사영인은 너무나 기뻤다. 예선이 바로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시장을 보고 같이 음식을 만들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석양이 은은히 대지를 적시고 부엌에서는 군침을 자극하는 맛깔스러운 향기가 풍겨 왔다. 사영인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예선과 함께 요리를 하고 따뜻한 한 끼를 같이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기는 예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사영인이 초빙한 의사가 분명 군연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예선의 기분이 좋아지자 사영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께 뒷정리를 했고 함께 산책을 하자는 사영인의 제안에 예선도 거절하지 않고 응했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예선과 사영인은 천천히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겼고 봄날의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두 사람 사이에 꽃향기를 실어 왔다. 그러다 예선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에 품었던 의혹을 던졌다. “저기, 그 이후에 그 사람 본 적 있어요?” 사영인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고 깊고 오묘한 눈빛으로 예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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