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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장

남연풍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여온을 바라보았고 잠시 후 기여온이 건네는 쪽지를 받았다. 남연풍이 쪽지를 집어 들고 보니 ‘고마워요, 언니’라는 말이 앙증맞은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고마워요. 남연풍은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평생 착한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잘못을 뉘우쳤을 때는 이미 폐인이 된 후였다. 지금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니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폐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조금은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았다. 강자풍은 고승겸이 기여온을 데려갔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적으로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CCTV에 찍힌 남자의 몸매로 보아 강자풍이 기억하는 한 이런 모습의 윤곽과 몸매는 오직 고승겸뿐이었다. 강자풍은 F국에서 이미 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어서 누군가를 찾으려면 찾지 못할 리도 없었다. 그러나 강자풍은 기여온이 마음에 걸렸다. 비록 기여온이 골수 이식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그녀의 몸은 회복기에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강자풍은 기여온이 다시는 어떤 신체적인 손상을 입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강자풍이 초조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정보를 확인한 강자풍은 깜짝 놀랐다. 바로 고승겸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강자풍은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으나 너무도 뜻밖이라 얼른 대답할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고승겸의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 “어떻게 강자풍 도련님이 내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셨을까? 예전에는 내 번호 차단해 둔 것 같더니 이제 해제했어?” 강자풍은 고승겸과 유유자적하게 대화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물었을 경우 고승겸이 바로 부인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차분하게 물었다.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산비아에서 오셨다는 소식을 뉴스 통해 들었어요. 항공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도 당신이 F국에서 왔다는 말을 들었구요.” 강자풍은 가벼운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내가 사는 곳으로 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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