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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장

고승겸이 눈을 가늘게 뜨자 음산한 기운이 그의 눈에서 흘러나왔다. 남연풍은 마음이 초조해지긴 했지만 이미 죽음도 두렵지 않은 몸이 되었기 때문에 두려움이나 공포는 느끼지 않았다. “고승겸, 내가 선택한 길은 내가 감당할 테니까 더 이상 내 삶에 간섭하지 말아 줘.” “당신이 내 아이를 죽였는데 이제 와서 당신 삶에 간섭하지 말라고? 남연풍, 당신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게.” 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하고는 그녀의 턱에서 천천히 손을 떼었다. “고승겸, 뭘 하려는 거야? 뭘 하고 싶은 거냐구? 난 당신과 함께 산비아로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날 강제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남연풍은 강하게 저항했다. 고승겸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번졌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 남연풍은 입술을 들썩여 보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다만 그녀는 고승겸의 눈 속에서 진한 증오의 불꽃이 타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증오? 그녀가 그를 속인 것에 대한 강한 배신감에 증오가 불타오른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그녀에 대한 원망 때문인가? ... 저녁 무렵, 소만리는 혼자 차를 몰고 남사택이 살던 집으로 갔다. 남연풍은 혼자 있고 싶다고 했지만 낮시간을 보내는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어 남연풍이 적잖이 힘들었을 거라고 소만리는 생각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고 게다가 유산한지 얼마되지 않은 환자가 어떻게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을까. 소만리는 현관 비밀번호를 기억해 두었기 때문에 쉽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고 보니 소만리는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남연풍의 방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방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방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소만리가 가까이 가 보니 방 안에 아무도 없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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