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4장
신부님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이어 소만리에게 물었다.
“소만리, 고승겸 선생의 아내로서 고통과 질병, 슬픔과 기쁨에 상관없이 그와 결혼하여 평생토록 함께 하기를 원합니까?”
소만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입에서 시원시원한 대답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답을 듣고 싶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소만리, 물음에 대답해 주십시오. 그와 평생토...”
“원하지 않습니다.”
소만리는 단호하고 결연하게 신부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드넓은 장소에서 매우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멍하니 서 있다가 곧이어 깜짝 놀라 의아해하며 다들 한 마디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부님이 더욱 놀란 눈으로 소만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소만리, 다시 한번 대답해 주십시오.”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
또 한 번의 명쾌한 소만리의 답변에 신부님은 기가 막혔다.
달콤한 결혼식 현장에서 이 무슨 갑작스러운 일인가.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고승겸의 얼굴에도 파란이 일기 시작했고 그는 소만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소만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하얀 베일을 스스로 뒤로 젖혔다.
그 정교하고 오밀조밀 아름다운 얼굴이 세상의 빛을 맞았을 때 소만리의 얼굴에 사람들의 감탄하는 시선이 떨어졌다.
그러나 소만리는 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결연한 눈빛으로 음흉한 고승겸의 눈빛을 마주 보았다.
“고승겸, 이 촌극은 끝이 났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당신과 결혼할 수 있겠어?”
“...”
“...”
고승겸은 물론이고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신부님은 손에 흥건한 땀을 바지 옆단에 닦아내며 빠른 걸음으로 소만리에게 다가갔다.
“소만리, 이곳은 신성한 곳이에요. 결혼에 진지하게 임해 주길 바랍니다.”
“나는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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