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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장

기모진이 내뱉은 말에 소만리는 기절할 뻔했다. 충격으로 휩싸인 듯한 그녀의 눈동자가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고 보이지 않는 스파크를 내며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소만리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가볍게 비웃는 것 같던 그의 시선이 점차 깊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소만리, 내가 한 말 잊지 않았지?” 꽃내음을 머금은 봄바람 같은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그날 당신과 저녁 만찬을 마치고 거리로 나와 불꽃으로 수놓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가 했던 말. 세월이 변하고 당신이 늙어도 나 기모진의 마음속에 당신은 여전히 이 세상에 가장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는 내 여자라고.” “당신이 어떤 모습이 되든 나 기모진 인생의 유일한 사랑이야.” 그날 밤 기모진이 한 말이 다시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소만리의 눈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때 그가 한 말은 그녀의 가슴속에 각인이 되듯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기모진은 진작부터 그녀가 소만리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말을 그녀에게 한 것이었다. “소만리, 당신이 아무리 못생겨도 아무리 추한 모습을 하더라도 당신은 내 사랑 소만리야. 그 모습까지도 난 사랑할 거야. 이 세상에서 당신만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어.” 기모진의 이 말이 떨어지자 소만리의 눈가에 맺힌 이슬방울도 함께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기모진은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눈가에 입맞춤을 했다. 소만리는 가슴에 저릿해져서 순간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알고 보니 그는 진작부터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일부러 그녀에게 매우 애매하고 헷갈리는 말들을 했다. 이렇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것은 없었다. 오직 이 사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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