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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장

”내 생각엔 아빠가 엄마를 뭔가 화나게 한 것 같아.” “...” 기모진은 기란군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문득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빠, 혹시 특별한 날 엄마한테 선물하는 거 까먹은 거 아니야?” 특별한 날? 아들이 이렇게 일깨워주니 기모진은 정말 뭔가 떠올랐다. 그러나 내가 중요한 날을 잊었다고 해서 소만리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태도를 바꿀 사람 같은가? 기모진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니 합리적인 이유 같기도 했다. 여자는 뭔가 자잘한 것에 가끔 삐치는 모습이 귀여울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갑했던 기모진의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기모진은 특별한 기념일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다. 기모진이 막 유치원 입구를 벗어나려고 할 때 입구에 사람 그림자 하나가 서성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남자는 들어가려 하지 않고 담장 밖에 서서 유치원 안의 교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치원이 끝나갈 무렵 그 남자는 기여온의 작은 그림자가 교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기여온 곁으로 다가오는 기란군의 모습도 보였다. 두 아이는 은행나무 아래로 가서 조용히 놀기 시작했다. 강자풍은 두 남매가 다정하게 노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는 은행나무 뒤편 울타리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조금 떨어져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기여온이 자신을 보고도 피하며 심지어 울기까지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그는 아직도 괴로운 심정이 울컥 솟아올랐다. 강자풍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서 숨어서 보고 있는데 역시나 관찰력이 좋은 기란군에게 들키고 말았다. “여온이 친구 아저씨 맞죠?” 기란군이 강자풍을 보며 말했다. 말을 못 하는 기여온은 기란군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다가 강자풍을 발견하고서는 갑자기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자풍은 반가움에 여온을 불렀다. “여온아.” 그는 다정한 말투로 귀여운 여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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