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1장
남사택은 셜리가 들고 있는 투명한 액체를 힐끔 쳐다보았다.
셜리는 투명한 액체에 가까운 향수 같은 작은 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냄새 맡아봐.”
셜리가 손에 든 향수병을 남사택에게 들이밀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을 예감한 남사택은 뚜껑을 열고 살짝 냄새를 맡은 뒤 안색이 확 변하기 시작했다.
“이 안에 든 성분은...”
“하하.”
“어쩐지 갑자기 기모진이 재발하더라니. 이거 때문이었어!”
남사택은 문득 모든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연풍, 의사의 소명은 사람을 구하는 거야.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
“의사? 허. 하하하...”
셜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그들은 너를 사람을 구하는 백의의 천사로 키우려고 애를 썼지. 그런데 난? 난 이제 너희 같은 백의의 천사를 적으로 삼는 검은 악마일 뿐이야!”
“남연풍, 너 엄마 아빠를 오해하고 있어. 그때 엄마 아빠는...”
“나한테 그때 얘기 꺼내지도 마!”
셜리는 험상궂은 얼굴로 말을 끊었고 성큼성큼 남사택을 앞으로 다가갔다.
“네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해도 난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야.”
셜리는 가볍게 웃으며 도도하고 요염한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남사택, 기모진은 내 실험용 대상이야. 네가 기모진을 구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덤벼봐. 네 능력이 더 센지 아니면 내 능력이 더 센지 보자구.”
그녀는 발에 떨어진 액자를 힘껏 걷어차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남사택은 오래된 낡은 사진을 집어 들었다.
20여 년 전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다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다.
“사택.”
남사택의 등 뒤에서 갑자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사택이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니 이유심이 노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놓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심,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이 또 왔어.”
유심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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