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장
”그렇게 해서 경연이 죄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내 어린 아들딸보다 더 순진한 거야.”
왁자지껄한 군중 속에서 갑자기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모진이 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의 심장은 이미 설레임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들어보니 역시나 소만리가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기자들은 이 틈을 타 소만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다.
“소만리, 지금 나타나신 건 기모진을 위해 할 말이 있어서인가요?”
“도대체 당신과 경연은 무슨 사이입니까?”
“요즘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던데...”
“당신들 보기에 내가 미친 사람 같아 보여요? 바보 같아 보여요?”
소만리는 기모진의 곁으로 다가가 뒤돌아서서 담담하게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고 온 게 아니라 일이 철저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뿐이에요.”
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과 눈을 마주쳤다.
“모진, 당신이 아직 누군가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어 하는 거 알아. 그렇지만 체면은 서로 세워줘야 하는 거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왜 이런 억울함까지 받으며 지켜줘야 해? 게다가 우리는 우리 할아버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남에게 억울함을 당하게 해서는 안 돼.”
“소만리, 당신 말이 맞아. 당신 말대로 할게.”
기모진도 소만리의 뜻에 동의하고 전적으로 따랐다.
경연의 부모는 이를 보고 소만리와 기모진이 뭔가 일부러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희들 여기서 요사스러운 말로 다른 사람들 현혹시키지 마! 그때의 일, 너희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벗어나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그때의 일은 오해일 뿐이에요.”
소만리는 여유 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기모진의 손에서 그 편지를 열어 경연의 부모님에게 보여주었다.
소만리는 애써 그 기자들을 등지고 서서 편지 내용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소만리는 경연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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