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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장

소만리의 울먹이는 눈동자를 보며 기모진의 표정에 마침내 동요가 일었다. 그는 소만리의 절규하는 부탁을 더 이상 묵살할 수 없었고 그녀의 뜻과 어긋나는 일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저 문 밑에 있을 거야.” 기모진이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황급히 강자풍에게 외쳤다. “문 아래쪽에 열쇠 있어!” 강자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자마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더듬어 보니 정말 열쇠가 만져졌다. 그는 문을 열 후 강어와 차례로 돌진해 이미 기절해 있는 강연과 양이응을 끌어안았다. 강연과 양이응의 몸에 휘발유가 묻어 있었기 때문에 불길을 빠져나오는 순간에도 산발적인 불꽃이 그녀들의 몸에서 튀었다. 때마침 소방관이 달려와 불길을 모두 껐다. 강연과 양이응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둘 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강연의 한쪽 머리는 마치 개한테 물려 뜯긴 듯 짧았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소만리는 강연과 양이응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공포를 쓸어내리며 차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강연이 원망스럽고 또 그만큼이나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소만리는 사화정과 모현의 사진을 꺼내 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엄마 아빠, 내가 방금 기모진을 말린 거 원망스럽지 않으세요?” 그녀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마음속으로 괴로움을 삼켰다.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범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느새 큰 돌덩이가 그녀의 심장을 압박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소만리는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들고 미안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기모진이 사화정과 모현을 죽였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의 삶과 미래가 너무나 걱정되고 신경이 쓰였다. 생각에 여기까지 이르자 소만리는 자신도 유죄라고 느껴졌다. 소만리는 하얀 국화 한 다발과 카네이션 한 다발을 사들고 묘지에 도착했다. 묘지에 다가가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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