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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어제는 남궁선의 이름으로 미리 준비한 선물을 조경선에게 전하게 했지만 오늘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지금 그가 손에 든 이 선물은 황후 마마의 명의로 조씨 저택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받는 사람은 바로 효결부인이고 말이다. 남궁진의 불참이 초래할 조경선과 천 부인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남궁선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지금쯤 저택 안의 진왕비는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채 애를 태우고 있겠지.’ 이렇게 생각되자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남궁선은 곧 하인에게 자신을 조씨 저택 안으로 들이라고 지시하려 했다. 그 순간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선은 마차의 발을 걷어 올리고 바라보았다. 남궁진이 말을 타고 내달려오더니 날렵하게 안장에서 뛰어내려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발을 내리고 마차 안으로 다시 앉았다. 한참을 침묵한 끝에 남궁선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가지. 진왕부로.” 조씨 저택 안. 조두훈은 굳은 얼굴로 마지막으로 대문 쪽을 흘긋 바라보았다. 손님들이 속삭이며 수군거리는 와중에도 억지로라도 표정은 부드럽게 지우고 있었다. 손가락 두 개가 술잔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그 얇은 유리잔은 그의 손에서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웠다. 그러나 그는 참아야 했다. 시간은 이미 다 되었고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연회를 더 늦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러분.” 조두훈은 술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귀한 걸음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때가 되었으니 우리 이제...” ‘시작하지요’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갑자기 하인이 급히 달려 들어왔다. “대감님! 진왕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조두훈의 눈이 번뜩였다. 답답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절반쯤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하인의 뒤를 따라 남궁진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들어섰다. 표정은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 그대로였다. 두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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