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남궁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불안이 밀려들었다.
“수차례 나 자신에게 말했지요. 이 인연은 제가 끝끝내 붙잡고 늘어진 것이니, 그로 인한 모든 악업 또한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그날 밤, 자객이 길 한복판에서 저를 습격하였을 때 전하가 제 뒤를 지키며 몸을 던졌던 그 순간, 저는 전하에게서 한 줄기 다정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희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기억할 만한 온기는 그 순간뿐이었어요. 나머지는 전부 폐허였어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조경선은 마침내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남궁진 또한 그 짧은 순간, 그녀의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참담함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찰나의 순간, 견고했던 그의 껍데기는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왕비...”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으나 조경선은 미련 없이 몸을 빼고는 성큼성큼 뜰을 걸어나갔다.
강헌은 남궁진을 오래도록 모신 자였다. 그러기에 지금 그의 후회가 얼마나 깊은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강헌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토록 훌륭한 부인을 두고 뱀 같은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렇다면 불길을 한 번 더 지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전하. 왕비께서 어찌하여 그리도 천지주를 원하셨는지 아시옵니까?”
남궁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말이냐?”
“전하께서 늘 심장에 불편함을 느끼셨지 않사옵니까. 왕비께서는 전하께서 심질환을 앓고 계실까 염려하셨습니다. 천지주는 최고의 약재이니 이를 사용하여 좋은 약을 만들어 전하의 고통을 덜어 드리려 하셨던 것이옵니다.”
남궁진의 머리가 멍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경선이 신경 쓴 것은 그녀 자신이 아니라 그였다.
그런데 그는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어찌하여 선원주와 관련된 일만 나오면 이토록 이성을 잃고 마는 것인가?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쳤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검은 그림자가 시야를 덮고 그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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