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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장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정승진은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금세 아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 졸려. 좀 잘래.” 한 소리 듣는 게 싫어 말을 돌리는 게 분명했지만 정승진의 얼굴이 창백한 건 사실이었기에 이가인은 결국 아무 말 없이 붕대를 새로 갈아주었다. 그러고는 정맥주사까지 다 놓은 다음에야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몇 혼데?” “응?” “몇 동 몇 호냐고.” 정승진은 뒤늦게 반응하고는 얼른 얘기해주었다. “103동 2601호. 비밀번호는 전이랑 같아.” 이가인은 정승진의 휴대폰 잠금번호와 집 비밀번호를 잘 알고 있었기에 바로 머릿속으로 6개의 숫자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걸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몹시도 못마땅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까먹었어.” 이에 정승진은 다시 한번 얘기해주었고 이가인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 “누나.” 소름이 쫙 돋는 호칭에 이가인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 “빨리 와. 알았지?” 정승진은 애교 섞인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고는 금방 다시 눈을 감았다. 이가인은 어이없음에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한참을 그를 노려보다 결국에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이가인은 먼저 간호스테이션으로 가 정승진의 상태에 관해 노티를 준 다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는 어느 정도 기다려야 했기에 그녀는 택시를 잡았다. 여운 팰리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열자 낯선 공간이 그녀를 반겼다. 이가인은 신발을 벗은 후 정승진의 슬리퍼를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을 리모델링한 탓에 꼭 모델 하우스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가인은 이 집이 정승진의 자가인지 아니면 단지 월세로 살고 있는 건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만약 자가면 상당히 열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승진은 정문덕의 손자인 것치고 허구한 날 한량처럼 돈이나 축내는 재벌 2세들과 달리 번듯한 직장도 있고 실력 하나로 정정당당하게 인정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연봉도 꽤 높은 편이라 이 정도 아파트는 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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