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장 가지 마
술에 취해 무심코 했던 말을 정승진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가인은 잠시 멈췄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이 우리한테 제일 좋은 결말이야. 누구도 후회하지 말고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간 대로 두는 거야.”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날 용서해 주길 바라지도 않아.”
그녀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승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네가 내 빛나는 면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내 몇 가지 단점쯤이야 눈 딱 감고 넘어가도 될 만큼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좋겠어.”
그녀는 순간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눈치챈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생각하는 그대로야. 다시 너랑 만나고 싶어.”
그녀는 한참 후에야 겨우 한 마디를 뱉었다.
“제정신이야?”
그는 힘들게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뭐, 약간 아픈 정도?”
그녀는 여전히 그의 왼손이 신경 쓰였다. 잠든 상태에서도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는 왼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왼손 움직일 수 있어? 채 교수님께서 물어보라고 했어.”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팔이 조금 저려서 그러는데, 도와줄래?”
그녀는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병상 옆으로 다가가 그의 팔 밑으로 손을 넣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이렇게 하면 느낌 있어?”
“응, 있어.”
그녀는 그의 팔을 누르며 물었다.
“여기는?”
“있어.”
그녀는 더 아래쪽으로 손을 옮겨가며 물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저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걱정을 감추려 했다.
“채 교수님께서 말하길 네가 진통제를 많이 넣지 말라고 했다던데, 그럼 아픈 게 정상인데 왜 계속 저린 거야? 내가 경 교수님 불러올게. 오늘 야간 당직 중이야.”
“괜찮아. 신경 때문에 저린 거야.”
“그럼 신경내과 교수님 불러올게.”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정승진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옷소매를 꼭 붙잡았다.
“그럴 필요 없어.”
그의 손을 억지로 떼어낼 수도 없고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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