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내일은 강도현의 외할머니인 방 어르신의 저택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기로 했다. 오늘 다시 한번 곡을 익혀야 했다.
...
토요일,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가는 길에 어르신께 아침까지 준비해 드렸다.
“얘야, 아침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니. 귀한 손을 이런 데 쓰다니, 가야금만으로도 아플 텐데.”
어르신은 내 손을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
그 어떤 형식적인 칭찬보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하루만인데요 뭘. 할머니가 좋아하시면 저도 기뻐요.”
이건 진심이었다. 나는 아첨하려는 게 아니라 미안한 마음에서였다.
연주가 끝난 뒤 어르신은 나를 붙잡고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만 떠나려는 순간 주연미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어요. 여성분도 한 명 데리고 왔는데 아무래도 도련님의 여자 친구겠죠?”
나는 순간 멈칫했다.
강도현이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도련님께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는 건 처음이네요.”
주연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르신의 얼굴도 따라서 밝아졌다.
“아린아, 너도 오늘은 가지 말고 함께 식사하자. 내 외손자도 소개해 줄ㅎ겸.”
“네.”
나는 강도현에게 접근하기 위해 여기로 왔는데 피할 이유가 없었다.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멈췄다.
강도현은 거실에서 하이힐을 신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과 대화하고 있었다.
둘이 동시에 돌아서는 순간, 나는 잠깐 멈칫했지만 꿋꿋이 휠체어를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 손바닥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경서의 사촌 누나, 이시연이었다.
해성대학교의 부원장님으로, 기부 행사가 있던 날 그녀와 잠깐 만만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나를 마주하는 강도현의 얼굴에서 작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내 평온해졌다.
“할머니.”
“도현아, 곁에 있는 분은 누구니?”
어르신은 역시나 이시연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사실 좀 더 일찍 찾아뵙고 싶었는데 많이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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