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그는 항상 송지우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나는 강재욱이 그녀를 달래는 틈을 타서 모니터실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도 밖으로 나왔다. 그는 나를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아린 씨, 아린 씨랑 도련님은...” “저랑 송지우 모두 친구예요.” “아, 그렇군요. 나이가 어려 보여서요.” 매니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나랑 송지우가 친구인 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따로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매니저가 강재욱과 나의 관계에 대해 오해하지 않으면 굳이 강도현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니저가 떠난 뒤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오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왜 말도 없이 가버렸어?” 강재욱은 내 손목을 꽉 잡은 채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지우 언니는 괜찮아졌어?”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강재욱은 순간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근데 넌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나는 왜 그가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뭐든지 거절하면 되는 것이었다. “안 가.”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거절했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CCTV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산부인과에서 검사는 받게 할 거야. 네가 아직도 처녀인지 확인해야겠어. 혹시 어젯밤 그 남자가 이경서야?” 나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너무 무례한 질문을 함부로 내뱉는 그를 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철썩!”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 사람이 누구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이경서가 맞든 아니든 네가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 나한테 따지기 전에 오늘따라 슬퍼하는 송지우한테 신경 쓰는 게 좋을 텐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뒤돌아 엘리베이터에 탔다. 비록 문을 등지고 섰지만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 순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