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겉으로는 관계가 악화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미 미묘한 갈등이 생기고 있었다.
“알람이 울린지 1시간 반이 지났어요. 이제 반 시간밖에 안 남았어요.”
이경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핸드폰을 꺼내 내게 60만 원을 보냈다.
“오전으로 충분해?”
“10시에 나가야 해요. 그리고 60만 원까지는 필요 없어요.”
“괜찮아. 그냥 써.”
이경서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이거 괜찮네, 다른 것도 입어봐.”
나는 강재욱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걸 느꼈다.
직원이 옷 두 벌을 꺼내자 이경서는 그 중 한 벌을 가리켰다. 그녀는 옷으로 살짝 내 손을 스치며 말했다.
“아린 씨, 이 드레스 입어보실래요? 가격표는 뒤에 있어요.”
“네.”
나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직원이 깨진 유리 조각을 치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사이에 이경서와 강재욱의 대화도 어렴풋이 들렸다.
“그렇게 신경 쓰일 거면, 차라리 잘 대해주면서 네 말 잘 듣도록 길들이는 게 낫겠어.”
“그럴 자격도 없어.”
뛰어난 청력 덕분일까? 나는 그들의 대화를 거의 다 들을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직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경서가 고른 건 빨간 원피스였다.
나는 빨간 계열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보니 나한테 어울리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탈의실의 거울까지 이미 깨져 있었으니 말이다.
직원은 나를 부축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두 사람은 나를 보더니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웨이브 머리가 빨간 원피스와 잘 어울렸다.
직원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린 씨, 피부가 어쩜 이렇게 하얘요? 얼굴도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예쁜데 빨간 원피스까지 입으니 순수미의 끝판왕이네요. 여자인 제가 봐도 반할 것 같은데요.”
강재욱은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경서야, 대체 누구한테 사주려는 거야? 지우? 아니면 아린이? 지우는 원래 빨간 원피스를 안 좋아하는데 아린이한테 왜 입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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