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나는 마음속의 혐오감을 억누른 채 더듬더듬 벽을 짚어가며 힘겹게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강재욱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나와. 1,000만 원 줄 테니까 나랑 떠나자.”
“필요 없어.”
강재욱은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이경서 말을 듣는 거야? 어젯밤에 같이 있었어? 여기 매장 직원이 말하길, 네가 일곱 시도 되기 전에 이경서 차를 타고 왔다고 하던데.”
나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재욱 오빠, 내 일에 끼어들지 말아줘.”
사실, 나는 둘 사이의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었다. 강재욱과 이경서의 관계는 위태로웠다. 물론 나 때문이 아니라 송지우가 고백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강재욱, 이경서, 송지우, 세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묘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강재욱과 이경서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둘 역시 송지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잘 지냈다.
그러나 드론 고백 사건으로 인해 숨겼던 감정이 드러나게 되었다. 누군가 먼저 그 미묘한 균형을 깨면서 서로 언짢은 상태였다.
나는 둘 사이에 계속해서 화를 돋울 생각이었다.
강재욱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지우가 말했어? 내가 고백했다고? 아니면 이경서가 말한 거야?”
강재욱은 송지우를 의심하기보다는 이경서를 의심하고 있었다.
둘의 갈등은 생각대로 커져갔고 강재욱은 이경서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이 일은 선배님이랑 상관없어.”
“지금 이경서 편드는 거야?”
강재욱은 갑자기 화를 내며 옆에 있던 거울을 걷어찼다. 그 소음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매장 직원은 깜짝 놀라 하이힐을 신은 채 뛰어왔고 상황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경서는 느긋하게 뒤따라오더니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을 한 번 훑어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린아, 얼른 청소시킬 테니까 나랑 나가자. 너무 위험하네.”
“내가 아린이한테 손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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