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나는 배낭에서 물티슈를 꺼내 묘비를 꼼꼼히 닦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진 위에 손가락을 올려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없구나...’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아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서도원을 함정에 빠뜨릴 때는 기세등등 하더니, 이제 와서 울려고?”
등 뒤에서 갑작스러운 비웃음이 들렸다.
나는 흠칫 놀라 황급히 돌아섰다. 해가 저물어 어둑해졌지만, 그의 싸늘한 눈빛은 분명히 보였다.
“오빠, 이거 놔!”
나는 또다시 몸부림쳤다.
강재욱은 무릎으로 내 다리를 벌리고 단숨에 나를 묘비석 위로 밀어붙였다.
“내 차 유리창을 깨부수고, 내 전화를 씹고... 나를 이렇게 가지고 논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네 부모님 묘 앞에서 널 아프게 만들어야 비로소 말을 들을 거야?”
그의 손이 내 청바지 안으로 파고들었고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재욱 오빠, 그러지 마!”
남녀 간의 힘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오른 손목은 이미 부어올라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했다.
‘어떡하지?’
그는 내 허리춤을 풀려고 했고 나는 저항하다가 거칠게 돌바닥에 밀쳐졌다. 허리와 팔이 부러질 듯 아팠지만 시선은 부모님의 사진으로 향했다.
그들은 여전히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사진은 원래 가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은 잘려 나갔고 흑백으로 변해 있었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생각은 단 한 순간이었다. 곧 내 안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왜? 왜 내가 죽어야 해? 죽어야 할 놈은 강재욱이고, 송지우고, 그와 어울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야. 그들이 먼저 죽지 않는 한, 난 절대 죽을 수 없어!’
나는 몸을 던져 강재욱에게 달려들었다.
충격으로 온몸이 쑤셨지만,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젠장!”
그는 신음을 내뱉으며 내 머리칼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안 놔?”
나는 살점을 찢어버릴 기세로 더 깊게 물었다. 설령 내 두피가 찢어져도 상관없는 심정이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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