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엄준호가 계속 말했다.
“나 지금 테니스 클럽이야.”
앞을 못 봤던 지난 3년 덕분에 내 청각은 남들보다 예민했기에 멀리서 들리는 소리도 또렷하게 들렸다.
그리고 강도현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거의 다 왔어.”
“좋아. 그럼 기다릴게. 형을 위한 스파링 파트너를 소개해 주려고 해.”
강도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필요 없어.”
“일단 와서 보고 결정해.”
엄준호가 전화를 끊자,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시간 연장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약된 시간만 가능해서요.”
엄준호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아린 씨, 방금 내가 통화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엄준호는 당연히 내가 듣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천천히 장비를 정리하며 등을 돌린 채 대답했다.
“함께 하기로 한 친구분이 누구든, 저는 시간 연장이 불가합니다.”
강도현이 아예 관심이 없다고 말했으니,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오히려 의심을 살 뿐이었다.
강도현 주변에는 그를 유혹하려는 사람이 넘쳐났고, 전생에서 송지우조차도 결국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 걸 보면 천천히 접근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차분히 라켓을 정리한 후 엄준호를 바라보았다.
“엄 대표님, 오늘 제 첫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주셨으니, 앞으로 필요하시면 두 시간은 무료로 도와드릴게요.”
나는 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등 뒤에서 그가 깊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옷을 갈아입으러 라커룸에 들어가자, 호현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아린 씨, 엄 대표님이 앞으로 한 달간의 스케줄을 풀로 예약했어요. 아린 씨가 클럽에 오는 날마다 오신다네요. 도대체 누가 스파링 파트너인지 헷갈릴 정도라니까요...”
나는 테니스 웨어를 벗고, 입고 왔던 운동복과 청바지로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왔다.
“현주 언니, 저 전에 말씀드렸듯이 특정 고객과만 스케줄을 잡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야... 엄 대표님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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