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휴대전화를 보니 갓 새벽 3시가 넘었다.
정서현에게 방해가 될까 봐 나는 옷장에서 담요를 꺼내 몸에 걸치고 별을 보러 나갔다.
올해의 이상기후 때문인지 바람이 의외로 따듯하게 느껴졌다.
도시를 벗어나니 별들도 유난히 밝고 빛나 보여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닥에 앉았을 때 갑자기 문을 미는 작은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서준이 다른 문으로 나와 난간으로 다가가 서 있었다.
사전에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있었던 고서준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는데 나는 왠지 그의 몸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고개를 저으며 나는 나의 부질없는 생각에 웃고 말았다.
이 사람은 고서준이다. 항상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사람인데 어찌 외로울 수 있을가.
돌아가려고 할 때 나는 여광으로 담배를 더듬어 꺼낸 후 한 대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고서준을 보았다.
하얀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고서준은 두 모금 힘껏 빨아들였다.
‘고서준이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어?’
내 기억에 고서준은 담배를 싫어해서 주변 친구들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것 같았다.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 고서준이 갑자기 돌아섰다.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왠지 훔쳐보다가 들킨 것처럼 뻘쭘해졌다.
나는 돌아서서 떠나고 싶었지만 지금 떠나면 오히려 엿본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고서준이 담배를 비벼 끄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
“넌 왜 아직 안 자?”
우리 둘은 동시에 말했다.
“자다가 깨서 별 보러 나왔어.”
“좀 전에.”
우리는 또 동시에 말했다.
“...”
“...”
나와 고서준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웃고 나니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지금 쉴 거야? 지금 쉬는 게 아니라면 나와 잠시 함께 있을 수 있어?”
왠지 모르게 고서준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는데 나는 그가 많이 변한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난간에 몸을 기댔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조용히 서 있다가 각자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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